토르플1급(ТРКИ-B1) 합격!


5월 29일, 6월 1일에 각 두 차례 시험(토르플 시험은 이틀동안 시험을 친다)을 거쳐 토르플1급에 합격했다.
평생 살면서 러시아어를 공부 한 적 없던 사람이지만,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 9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예비학부(Подготовительное отделение)를 통해서 러시아어를 배우고 대학원을 준비하고자 하였다.

예비학부란 러시아에만 있는 고유한 교육 제도로, 러시아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러시아어를 습득하고 대학교에서 공부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나 또한 러시아어를 아예 하나도 모르던 학생이였기에 러시아어를 배울 필요가 있었고, 이에 예비학부를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러시아어를 배우는 과정은 예비학부 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만 가르치는 어학당도 가능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학당의 경우 조금 더 진지한 교육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배우는 언어인데 프리하게 배운다면 제대로 배우지 못 하고 1년이 끝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기도 했고…
러시아는 아니지만 실제로 호주, 미국, 영국과 같은 나라에 어학연수를 간 사람들 중에서 어학당에서 제대로 언어를 배우지 못하고 온 사람들도 많이 보기도 했고…

어찌되었든 예비학부에서는 마치 고등학교 입시반을 방불케 하는 정도의 빡센 공부가 계속되었고, 9월부터 6월 1일까지 일주일에 6일간 학교에서 5시간 공부와 함께 집에서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숙제를 하면서 지냈다.
특히, 내가 머물던 곳은 페테르고프(Петергоф)라서 주변에는 거의 아무 것도 없다시피한 그런 시골이다. 시내로 놀러 나가는 것도 버스를 타도, 광역열차의 일종인 일렉트리취카(Электричка)를 타도 최소 한 시간 반은 걸리기 때문에 수업 끝나고 놀러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시피 하다.
우린 다행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수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수업을 마쳐도 오후 2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지만, 다른 그룹에서 수업을 듣던 사람들은 오전 9시가 아니라 오후에도 수업을 시작하기도 했으니.. 그런 그룹의 경우 더더욱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예비학부의 커리큘럼은 1학기와 2학기로 나뉘는데, 1학기에는 오직 러시아어만 계속해서 공부하고, 2학기에는 러시아어와 더불어 본인들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들에 맞게 기본적으로 의학, 문학, 수학과 같이 분야를 나누어 기본적인 공부를 한다.
개인적으로 문학(러시아 역사, 문학, 사회) 수업에서 러시아의 문학을 배울 수 있었다는게 좋긴 했지만, 이외에 역사나 사회에서는 내가 크게 무엇을 얻어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내가 다 아는 내용을 러시아어로 배우는 그런 과정이라 딱히 집중이 되지 않았고, 나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계속 보는 등 딱히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9월부터 5월까지 9개월 가량 처음으로 러시아어를 공부했고, 성적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토르플에 합격했다.
사실 토르플은 문법/읽기/듣기/쓰기/말하기 이렇게 5개 분야의 시험을 치고, 각각 하나의 시험당 합격 커트라인은 66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읽기에서 60점(;;;)이 나와버렸다. 제일 쉽다고 느낀 시험이였는데..
다만, 토르플의 경우 나머지 4개의 시험에서 합격할 경우, 하나의 시험에서 60-65점이면 재시험 필요 없이 합격처리 된다. 만약 60점 미만이라면 재시험을 필요로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 딱 60점을 받아서 재시험 필요 없이 합격하게 되었다. 하나만 더 틀렸다면 어후;;


시험이 끝나고 이틀 뒤 합격 발표가 났고, 상트국립대에서 자격증을 가져가면 된다고 안내해서 수령했다.


그렇게 완전히 1년 과정이 끝이 났고, 대학원 입학을 결정지었다.
만약 대학교나 대학원 입학이 필요하다면 예비학부에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토르플 자격증 취득도 매우 중요하지만, 요즘들어 몇몇 토르플 취득 없이 대학교에 합격한 사람들을 보면 예비학부의 여부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나는 상트국립대가 아니라 고등경제대에 지원하여 합격했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문제이기에 중요한 것은 아니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꽤나 힘들었던 1년이였지만 또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뿌듯함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론, 러시아 유학을 원한다면 상트국립대 예비학부에서 공부하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모스크바와 달리 한국인의 수도 그리 많지 않기에 보다 더 러시아어에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이고, 한국인을 만나야 한다면 현지에 한인교회도 있으니 아예 힘든 환경도 아닐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월세를 비롯한 기본적인 물가가 모스크바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

아 참, 그리고 예비학부를 다닌다면 (예비학부에 돈을 지불한 경우)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모집하는 러시아 정부초청 장학생 신청이 있다.

이 기간에는 토르플 합격 여부와는 관련 없이, 현재 예비학부에 다니고 있기에 러시아어를 안다는 가정 하에 장학생을 선발하기에 특히 한국인의 경우 선발에 유리한 편이다. 보통, 국가별 쿼터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한국인들이 러시아에서 공부하는 케이스가 굉장히 적어서…

아무튼 공부하고 싶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대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