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정치화: 이재명 포비아를 통해 살펴보는 한국 정치의 갈등

  • 2025년 04월 16일

한국 정치에서 ‘이재명 포비아’라는 현상은 단순한 정치적 견제를 넘어, 정치적 공포를 조직화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전략으로 발전해 왔다. 이 현상은 한국 정치의 갈등 구조와 양극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렌즈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포비아의 개념과 배경

이재명 포비아의 정의와 특성

 ‘이재명 포비아’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극단적 공포와 거부감을 가리키는 말로, 단순한 정치적 반대를 넘어 심리적 공포로까지 발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이재명 정권이 창출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표출되곤 한다. 때때로 ‘계엄보다 더한 짓도 할 사람’이라는 식의 과장된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악마화 과정은 그를 위험한 존재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보수층에서는 이재명 포비아가 과거 ‘문재인 포비아’보다 훨씬 강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가 잦은 말 바꾸기와 포퓰리즘적 행보를 통해 주목을 받아 왔다는 점이 거부감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재명이 여러 사안에서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꾸거나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을 빠르게 내놓는 모습은, 보수 진영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포의 정치화 개념 소개

 ‘공포의 정치화’는 정치 세력이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고,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역사적으로는 프랑스 혁명 시기 로베스피에르 중심의 자코뱅 클럽이 펼쳤던 폭력적 ‘공포 정치’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현대에 와서는 특정 진영에 국한되지 않고 좌우를 막론해 공포가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재명 포비아 역시 그러한 공포 정치화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 보수 진영이 그를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지도자’로 계속해서 묘사하는 과정에서, 이재명의 잦은 말 바꾸기나 포퓰리즘적 정책 행보가 위험을 증폭시키는 사례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재명에게 유독 강한 정치적 공포가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이라는 특정 정치인에게 왜 이렇게 극단적인 공포가 집중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 그를 ‘패륜아’, ‘조폭과 간첩까지 연계된 정치인’, ‘측근들의 죽음까지 사주한 괴물’로 묘사하는 것은 전형적인 악마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갈등, 제도적·심리적 요인,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여론 형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이재명 본인의 거듭된 태도 변화나 포퓰리즘적 접근이 보수 진영의 의심과 공포를 한층 부채질한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재명 포비아의 형성 배경

언론과 보수 진영의 프레이밍

 이재명 포비아 형성에 크게 기여한 요소는 언론과 보수 진영의 체계적 프레이밍이다. 이재명의 ‘보복정치관’, ‘제왕적 권력관’, 그리고 중도보수론을 놓고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난폭 운전자”라는 식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부정적 인식을 강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이 정책 홍보를 위해 내놓았던 급진적 제안들이나, 잦은 말 바꾸기가 “위험한 정치적 야심”으로 해석되며 공격의 빌미가 되었다.

 또한 이재명에 대한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가 온라인과 일부 언론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의 이미지는 한층 더 부정적으로 굳어졌다. 과거 행적에 대한 허위 사실이 퍼지는 등, 이재명이 포퓰리즘을 내세워 대중적 호응을 얻는 모습을 ‘본질을 숨기려는 기만’으로 몰아붙이는 시도도 이어졌다.

정당 내부의 분열과 갈등

 이재명 포비아는 보수 진영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 갈등 속에서도 강화되었다. 과거 경선에서 비롯된 친문 세력과 이재명 지지층 간의 대립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일부에서는 이재명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히 잦은 말 바꾸기나 포퓰리즘 정책이 당의 정체성과 충돌한다는 불만이 내부적으로도 제기되곤 했다.

 이재명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당 일부가 검찰과 결탁했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사례도, 이재명 포비아를 외부에서 더욱 활용하기 쉽게 만드는 요소였다. 이는 보수 진영이 “민주당조차 신뢰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중정서와 온라인 공간의 역할

 온라인 공간은 이재명 포비아가 빠르게 확산되는 통로가 되었다. SNS와 메신저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비방이 순식간에 전파되고, 대중의 불안과 공포가 키워졌다. 동시에 이재명 본인이 발표하는 여러 가지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이나 발언이 빠르게 회자되면서, 지지층과 반대층의 분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재명 지지층은 온라인에서 결집해 지지와 옹호를 펼치지만, 이는 반(反)이재명 성향을 가진 이들의 공격에 더욱 불을 붙이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디지털 공간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이재명 포비아의 확산에 일조했다.

정치적 낙인화 전략으로서의 이재명 포비아

정당이 ‘공포’를 활용하는 방식

 정치 세력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 진영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공포를 활용한다. 이재명 포비아는 이러한 공포 정치화 전략의 전형적 사례다. 보수 진영은 “이재명은 독선적이고 위험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주입했고, 잦은 말 바꾸기와 포퓰리즘적 행동을 근거로 “언제든 독재적 행태를 할 수 있다”는 공포를 키워 왔다.

 이렇게 공포가 확산될 때, 보수 세력 내부의 결속은 강화된다. 이재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 행동도 정당화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치적 대립은 한층 첨예해졌다.

이재명에 대한 부정적 담론의 반복 구조

 이재명 포비아는 특정 부정적 요소를 지속적으로 반복·재생산함으로써 강화된다.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의 개인적 문제부터, 그가 내놓은 포퓰리즘 정책이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비판 등이 끊임없이 언급된다.

 여기에 이재명의 말 바꾸기가 더해지면, 그의 정치적 진정성과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이러한 담론들은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와 맞물려 그를 더욱 부정적인 틀에 가두고, 보수 진영의 공격 논리를 반복해서 뒷받침한다.

정치적 라이벌을 견제하는 장치로서의 포비아

 이재명 포비아는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을 견제하려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과거 ‘문재인 포비아’가 존재했으나, 이재명 포비아가 더욱 강도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이재명이 집권할 경우 보수 진영에 가해질 정치적 보복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그가 보수 진영이나 기득권 세력을 향해 단호하고 무자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적극적인 지지가 역설적으로 보수 진영에게는 공포감을 더욱 키우는 원인이 된다. 즉,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이재명이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 자신들에게 무자비한 정치적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함으로써, 공포심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전개하게 된다.

한국 정치의 갈등 구조와 포비아의 위치

진영 정치와 도덕성 경쟁

 한국 정치의 진영 갈등은 이미 상대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평가된다. 이재명에 대한 도덕성 공세는 정책 비판을 넘어 인격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런 양극화 속에서, 이재명의 말 바꾸기와 포퓰리즘 정책은 “도덕적 흠결”을 부각하는 공격 포인트로 자주 활용된다.

 도덕성 경쟁은 각 진영이 상대방을 ‘절대악’으로 만드는 논리에 기여하며, 이재명 포비아는 그런 흐름의 핵심 사례 중 하나다. 공포와 혐오를 결합해 상대를 악마화하면, 합리적 대화나 정책 대안 모색은 점점 어려워진다.

정치적 타자화(othering)의 전략

 정치적 타자화는 상대를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가 아닌 배제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재명 포비아 역시 이재명을 “국가의 위기 요인”으로 몰아가며, 그를 배제하거나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한다. 각종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해 그를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경쟁자를 제도적으로 제거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의 포퓰리즘 행보나 급작스러운 말 바꾸기는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드는 재료가 된다. 이처럼 타자화된 이재명은 곧 “협상 불가능한 적”으로 간주되고, 갈등 구조는 한층 더 공고해진다.

이재명 포비아가 반영하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

 이재명 포비아는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승자독식의 정치문화와 상호 배제적 성향이 단순 비판을 넘어 ‘포비아’로 귀결되는 토대를 형성했다. 민주화된 절차와 제도를 갖추었음에도, 여전히 권력 집중에 대한 공포와 언론의 갈등 증폭 보도 관행이 결합하여 갈등을 심화시키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의 말 바꾸기와 포퓰리즘적 행동은 보수 진영이 이재명 포비아를 확산하는 데 유리한 소재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 정치인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재생산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결론

이재명 포비아와 한국 정치의 미래

이재명 포비아가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

 이재명 포비아는 한국 정치가 정책 경쟁보다는 감정과 공포를 앞세운 대립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치인 한 사람에 대한 악마화는 합리적 토론 문화를 훼손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더 나아가 이재명 포비아는 특정 인물을 넘어서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앞으로 다른 정치 지도자가 등장해도 유사한 포비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 정치화 현상은 단순히 이재명 개인에 대한 불신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정치의 감정화와 타자화가 남긴 과제

 정치가 감정과 공포에 치우치면, 합리적 정책 토론과 민주적 의사결정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립과 적대를 줄이고, 상호 존중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개헌 논의, 공정한 공천 제도 도입, 언론 보도의 객관성 제고 등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재명 포비아의 사례가 보여주듯, 정치 지도자 본인도 불필요한 말 바꾸기나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을 자제하며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혐오와 공포를 퍼뜨리는 언론이나 유튜브 채널에 대한 비판적 리터러시를 높이는 시민교육도 필수적이다.

 결국 이재명 포비아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공포와 혐오를 매개로 한 정치가 아니라, 제도와 대화 중심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의 성찰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가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을지 판가름 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