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5 학년도 러시아(고등경제대) 석사 1년차를 마무리하며

  • 2025년 08월 01일

어느덧 러시아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이미 1년간 러시아에서 생활하며 러시아어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어느 정도의 적응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석사과정으로 넘어오면서 다시 ‘영어’라는 언어로 아카데믹한 사고를 펼쳐야 했을 때, 다시 한번 어려움이 닥쳤다.
러시아어라는 도구에 익숙해진 머릿속에서, 갑자기 학문적 개념을 영어로 풀어내야 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이전에는 비교적 익숙했던 개념조차, 언어가 바뀌자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다가왔다. 세미나에서 질문을 받고 말을 잇지 못한 적도 있었고, 발표 때 준비한 문장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답답한 순간들이 존재했고, 단어는 머릿속에 있는데 문장으로 꺼내는 데 걸리는 그 몇 초가, 때로는 너무 길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을 잡아갔다. 처음엔 누군가의 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 조차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과정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공부는 어렵고, 그렇기에 더 의미 있었다
1학년 동안 가장 많이 마주친 감정은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론 중심의 수업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조차 더 깊게 파고들어야 했고, 수많은 저자들의 주장과 입장을 나의 언어로 해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매번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이어지는 세미나와 에세이, 팀 프로젝트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견뎌냈고, 결국에는 그 결과가 하나의 성과로 이어졌다. 학기 말 제출한 term paper는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비교 분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만점(10점), 외부 리뷰어로부터 9점을 받을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은 내 논문을 “정교하고 이론적으로 잘 구성된 틀”이라 평가하며, 졸업 논문을 준비하는 데 있어도 유용할 것이라 언급해주셨다 . 외부 평가자였던 교수님도 “논문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상을 준다”고 평가하며, 다만 비교 기준을 더 명확히 제시했으면 좋았겠다는 조언을 남기셨다 . 두 분 모두 내 연구가 하나의 ‘시작점’으로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해주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1년의 고민이 허투루 흐르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1학년을 시작할 즈음, 나는 내가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단 한 순간도 학문으로서 배워본 적이 없는 “정치학”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1학년을 마무리 하고 2학년을 앞두고 있는 현재, 나는 충분한 자신감 안에 서 있다고 느낀다.


이제 남은 1년은 보다 명확한 연구 목표를 가지고 논문을 완성해나가는 시간일 것이다. 동시에 보다 언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복잡할지 이미 예감이 되지만, 꼭 해내야만 할 과제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크게 ‘도망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불안하고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결과가 현재 나에게 자신감을 주고,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